[한백 이야기] 현실에 나타난 철학의 정원, 함평 호접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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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조회 7회 작성일 25-10-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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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5년 5월 23일 /
장소 : 함평 호접몽가 /
안녕하세요! 한백건축사사무소입니다.
지난 5/23 한백 건축에서는 최진석교수님 강연 및 기본학교, 미문(未文)탐방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건축물 답사가 아닌, ‘최진석 교수님 강연과 호접몽가 답사’ 를 함께하고 돌아왔어요.
최근 강연으로 이어진 인연으로 인해 답사가 결정되었어요.
평일이지만 업무 스케쥴을 조정하여 사무실 전체인원이 함께 했답니다:)
이번 함평 답사에서 무엇을 감상하고 왔는지 궁금하시지 않나요?
바로 '호접몽가' 입니다. 단순한 소규모 건축물이 아니라 장자의 사상을 건축으로 구현한 '스토리' 가 있는공간이었습니다.
그날의 감동들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우선, 저희는 출발을 위해
회사 인근에서 모여 리무진 버스에 탑승했답니다.
또한 버스에서 최진석교수님의 영상 강의도 함께 시청하며 이동하였습니다.
점심식사는 전체인원이 과반수 투표로 정해진 함평의 한 육회전문점에서 했답니다.
함평에서 먹는 육회는 아주 맛이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호접몽가는 총 3개 동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요.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호접몽가'를 지나 사적인 영역인 주거공간과
정원인 미문(美門) 이 배치되어 아주 조화롭고 자연친화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강의를 듣기에 앞서 건축물과 정원을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도심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던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다양한 푸른 색들, 개구리까지 덕분에 마음도,
시선도 여유롭게 거닐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내부를 돌아다니며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부모님이 살던 고향집을 새로 단장하고 마당 부지에 ‘새말새몸짓기본학교’를 위한 강의동인 '호접몽가' 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나는 꿈에서 나비가 되었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그러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나는 장자(莊子)였다.
하지만 나는 진정 장자인가?
아니면 지금 장자라고 생각하는 이 순간도,
사실은 나비가 꾸는 꿈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 중
'호접몽가'는 이름 그대로 "나비의 꿈을 꾸는 집"
즉 자아, 존재, 현실의 경계를 다시 묻는 사유의 공간입니다.
나비 축제로 유명한 함평, 그곳에 장자의 꿈을 닮은 공간이 있을 지 누가 알았을까요?
도가 사상의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이 고향에 ‘호접몽가’를 지었고 강의동 별채를 파빌리온(pavilion)이라 하는데
파필리온(papilio)이 라틴어로 ‘나비’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호접지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접몽가'의 지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정면에서 올려다보면 나비의 한쪽 날개를 형상화한 모습이 눈에 띄는데, 이는 장자의 '나비의 꿈'을 공간으로 표현한 것이죠.
이런 디테일은 건축가의 미감이 아니라, 도가 철학을 담고자 한 의도에서 비롯된 설계라고 해요.
가장 흥미로운 건 건물의 방향성입니다.
대문은 남쪽에 있지만, 건물은 서쪽을 향하고 있어요. 동쪽 벽은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대문에서 보면 건물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일부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게 설계한 것으로, 무한한 우주와 유한한 인간 인식의 한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호접몽가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철학이 공간이 되었을 때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 걸을수록 질문이 떠오르는 장소였어요.
또한 2020년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제35회, 독일재단) 대상(大賞)에 선정된 세계적인 건물이랍니다
이번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정원과 텃밭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은 정원이 가진 힘을 통해 우리가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아주 인상 깊게 풀어주셨는데
이곳 첼시 플라워쇼에서 ‘첼시의 여왕’이라 불렸던 황지해 작가의 ‘미문(美門)’에서 말씀을 해주셨어요.
“텃밭은 욕구의 공간이고, 정원은 욕망의 공간이다.”
텃밭에서의 욕구는 육체적 생존을 위한 강한 필요,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정원에서의 욕망은 자유, 아름다움, 행복, 부유함 같은 생존 그 자체와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고차원의 갈망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텃밭에는 먹을 것을 심고, 정원에는 못 먹는 걸 심는다.
텃밭의 핵심이 생산성이라면 정원의 핵심은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그 비유는 단순히 식물의 공간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처럼 들렸습니다.
오늘은 강연과 함께한 함평 '호접몽가' 와 ‘미문(美門)’ 에 대해 얘기해보았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사유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차있었습니다.
'호접몽가'의 스토리는 최진석교수님의 철학을 녹여낸 공간이었습니다.
답사를 마치며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또 그 공간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답사는 최진석교수님의 감정과 사유을 마주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으로 '함평 호접몽가 답사 1편' 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