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백강연]김개천 교수 '조선의 미적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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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회 작성일 25-03-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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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4년 3월 24일 /
장소 : 생각공장 지하1층 세미나실 /
'조선의 미적 이상'
김개천 교수님께 저희 한백건축사사무소 구성원들을 위해
'조선의 미적 이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강의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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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미적 이상
'조선의 미적 이상'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보통 조선의 미와 건축을 이야기할 때, 자연과의 조화, 여백의 미 등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김개천 교수님의 강연에서는 단순히 보편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유교적 시각에서 바라본 조선의 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진정한 조선 즉, 조선의 상류사회가 추구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오늘은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맑은'(淸), '태연'(泰然), '유장'(悠長)이라는
세 가지 미학적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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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 "
조선의 미적 이상의 첫 번째 키워드는 '맑은'입니다.
이는 적의나 호의 등 어떠한 감정도 가지지 않은 순수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김개천 교수님께서는 '맑은'의 대표 사례로 담양 면앙정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담양 면앙정 / 출처 : 지역N문화
면앙정은 조선 시대 시인 송순이 지은 정자로,
자연과 하나 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긴 처마와 큰 마루, 그리고 작은 방과 난간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앉은 자리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면앙정 평면도, 단면도 / 출처 : 담양 면앙정의 건축형태 호남지역 건축의 지역성 형성에 대한 소고, 김동욱, 2000
또한, 면앙정을 둘러싼 네 그루의 잣나무는 단순한 조경 요소가 아니라 건축의 일부로 여겨집니다.
김개천 교수님의 저서 명묵의 건축에서는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 전통건축에서 자연을 꾸미는 조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자연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어 자연을 더욱 자연스럽게 존재하게 한다.
명묵의 건축, 45P
즉, 면앙정에서는 건축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살아 있는 듯한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맑은’의 개념을 현대 건축에 적용한다면,
사용자에게 더욱 깊은 안정감과 휴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백건축사사무소 직원들에게 '맑은'에 대해 강의하시는 김개천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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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연 ;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 "
‘태연’은 자기 자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
즉 어떠한 인위적인 요소도 더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자연은 그 자체로 완전하며,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고, 조금도 가감할 필요가 없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태연의 개념을 조선의 건축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김개천 교수님께서는 창덕궁 주합루를 통해 태연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물에 비춰지는 창덕궁 주합루의 모습 /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창덕궁의 주합루는 이름 자체로 우주와 합일된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위의 사진처럼 주합루는 연못과 맞닿아 있으며, 그 모습이 수면 위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러한 구도는 단순히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늘과 구름이 담긴 풍경을 통해 우주를 내려다보는 듯한 감각을 주고,
건축이 자연과 동화되며, 그 자체로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태연한 상태를 구현합니다.
즉, 주합루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하나되는 방식으로 태연함을 보여줍니다.
주합루의 2층에서의 모습 / 출처 :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주합루 내부로 들어가면 사방이 창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빛과 그림자의 흐름에 따라 공간이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창호에 발린 한지를 통해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빛의 양과 방향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태연함이야말로 현대 건축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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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장 ; 예술적 미, 깊은 학문적 힘 "
마지막으로 소개할 키워드는 '유장'입니다.
김개천 교수님은 경회루를 통해 유장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경회루는 바람과 물결, 빛과 그림자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입니다.
한순간의 정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시간이 흐르며 변화하는 아름다움을 담고있습니다.
물에 반사되는 경회루의 모습 / 출처 : 문화재
또한 김개천교수님께서는 경회루 내부 공간이 마치 '허명한 체계'같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해가 뜨는 새벽과 해가 지는 오후, 밝은 빛이 들어와 마치 빛의 바닥처럼 공간을 가득채웁니다.
즉, 내부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빛과 공기의 흐름 속에서 공간이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유장’의 개념을 현대 건축에 적용한다면, 공간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안정감을 주는 예술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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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백건축사사무소에서 강의를 진행중이신 김개천교수님
이처럼 맑은, 태연, 유장의 미학은 각각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욱 깊고 풍부한 미감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건축에서 이러한 조선의 미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욱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건축물을 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건축이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사용자의 정서적 경험을 깊이 고려할 때,
진정으로 완성된 공간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에서는 조선의 미적 이상에 대해 배우고
더 넓은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백건축사사무소는 확장된 사고와 시각을 바탕으로,
가치를 담아내고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