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백 이야기] 홋카이도 건축 여행 3 : 이사무 노구치, 땅을 조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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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6회 작성일 25-11-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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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5년 9월 08 ~ 14일 /
답사자 : 한주아 PD /
안녕하세요. 한백건축사 사무소의 한주아PD 입니다!
건축답사 여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유급연차 5일을 지원받아
홋카이도(북해도)에 건축답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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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3
조각가의 공원 디자인, 현실이되다.
모에레누마 공원 - 삿포로 맥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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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에레누마 공원, 땅 자체가 조각이 되는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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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봤던 오도리 공원의 'Black Slide Mantra'기억하시나요?
바로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Isamu Noguchi,1904-1988)의 작품이었는데요.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조각가중 한명으로 아일랜드계 미국인 작가 어머니와
시인이자 대학교수였던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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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무 노구치는 공원을 설계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모에레누마 공원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땅을 하나의 거대한 조각 작품으로 다룬 실험적 공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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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레누마 공원의 상징인 모에레야마(モエレ山)는 원래 쓰레기 매립장이었지만
노구치는 그곳을 덮어 높이 52m의 인공 언덕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정상에 오르면 삿포로의 격자형 도시 구조와 주변 자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선명히 드러나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이 자체가 하나의 랜드 아트(Land Art)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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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내부에는 유리로 된 히다마리 피라미드가 위치해 있습니다.
삼각형 철골 래티스 구조에 로이글라스 이중 스킨을 적용해 낮에는 빛을 투과시키고 밤에는 내부가 은은히 빛나는 공간으로 변합니다.
계절, 시간에 따라 건축, 조각, 풍경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엮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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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점은 이사무 노구치가 생전에 남긴 계획 도면들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존중되어 그의 의도대로 공원이 완성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히다마리 내부에는 그를 기리고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공원의 철학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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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워낙 넓어서 체력이 좋지 않다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걸어다니다가 그늘하나없는 공원이라 더위를 심하게 먹었거든요.
공원에 도착해서 좌측 길을 따라 걷다보면 언덕, 직선의 수로, 피라미드, 그리고 곡선의 잔디 구역이
차례대로 펼쳐지고 서로 다른 레벨에서 마치 하나의 조각 속을 몸으로 체험하는 듯한 감각을 줍니다.
단순히 산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땅이라는 예술 매체 안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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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레누마 공원은 일반적인 ‘조경(造景)’이 아닌, ‘조각(彫刻)’으로서의 대지를 다룬 공간입니다.
삿포로의 직선적 도시와 공원의 유기적 곡선이 맞부딪히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죠.
도시와 자연, 건축과 조각이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지는 경험이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하루에 두번 진행되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기다릴까 했지만
버스의 배차 간격이 2시간이 넘다보니 빈 분수장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만약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구글맵에 요일별 분수쇼 시간이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해 일정을 잡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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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꼭 모에레누마 공원을 일정에 넣어보세요.
‘공원’ 이상의 가치로 마음속에 남을 공간입니다!
다만 동선이길고 삿포로 외곽에 있으니 최소 반나절은 비워두고 느긋이 즐기시길 추천드려요.
" 시간을 발효시킨 공간, 삿포로 맥주 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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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레누마 공원에서의 여운을 안고 삿포로 맥주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1890년대에 세워진 붉은 벽돌 공장을 리노베이션한 건물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맥주 전문 박물관이에요.
삿포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눈’과 ‘맥주’일 만큼, 이 도시와 맥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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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붉은 벽돌 건물로 당시 산업 건축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근대 산업 유산으로서 건축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 공간이에요.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구조와 철제 트러스가 어우러져맥주 제조의 산업적 리듬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을 줍니다.
방문했을당시 외관공사가 진행되고있어 외관을 전부 천으로 가려놔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겨울에 다시 오라!'라는 신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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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내부에는 일본 맥주의 시작과 발전 과정 그리고 삿포로 맥주가 걸어온 길이 시대별로 정리되어 있었어요.
특히 당시의 광고 포스터나 병 그리고 옛 설비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문화가 아니라 일본의 근대화와 맞물린 ‘산업·문화사’로서 맥주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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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전시의 마지막에 마련된 시음 체험이에요.
특히 홋카이도 한정판인 삿포로 클래식(Sapporo Classic)을 현지에서 직접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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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삿포로 세트(1200엔)와 함께 간단한 안주들을 곁들였어요.
술을 자주 마시는 편이 아니라 저에겐 충분히 많은 양이었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시음치고는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안주도 간단한 수준이고 편하게 앉아서 오래 즐길 공간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래도 현지 한정 맥주를 직접 맛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방문할 가치는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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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에서 먹었던 초밥집 중에 가장 맛있었던 곳! 바로 토리톤스시에요.
원래는 모에레누마 공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점심으로 들르려고 했는데
웨이팅 티켓을 받으니 무려 4시간 뒤에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핸드폰으로 순번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점심은 다른 곳에서 해결하고 삿포로 맥주박물관도 들렀다가
백화점 구경까지 하고 천천히 돌아왔더니 마침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홋카이도 체인점이지만 모든지점이 인기가 많아 가자마자 바로 먹기 어려울 수 있으니
대기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기다림이 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었습니다.